AI를 선택한 이유, 기술과 규제.

https://www.yna.co.kr/view/AKR20230613035700009

유엔 AI행동규범 추진…'통제불능 괴수' 맞서 IAEA급 기구 구상 | 연합뉴스

 

2012년 봄 뇌과학과 로봇을 그리고 인공지능 알고리즘들을 처음 접하며 대학원 연구실을 정했다. 내가 인공지능을 공부하려는 이유는 나름대로 거창했다. 신을 믿는 사람으로서 인간을 모방하는 것이 굉장히 도전적인 또 하나의 바벨탑을 쌓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어차피 만들어질 기술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그렇다면 내가 만들어서 올바른 길로 기술을 발전시켜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인슈타인은 핵융합을 연구하면서 걱정만 했지만, 나는 그 보다는 똑똑하지 않아고, 그 보다는 힘있는 사람이 되어서 제도와 규제를 마련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 나름 거만한 생각을 갖고 딥러닝 공부를 시작했다. 인공지능 전문가가 되어 세상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자. 그것이 내 사명이다. 석사 입학하는 사람의 다짐 치고는 너무 거창했던 것 같다.

 

그러나, 어려운 학문을 공부하고, 대학원 생활을 하고, 취직을 해 돈을 벌고. 노후를 걱정하고, 결혼과 육아 그리고 가정을 책임지는 삶을 살다 이런 기사를 보니, 한 때의 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시절 그 길이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고 달려가야 하는 길이었는 지 모르는 채로 다짐했던 치기 어린 생각이었나 싶다. 나는 여전히 딥러닝 분야의 핵심에서 일을 하고는 있지만, 스탠포드 하버드 석박사 급의 실력은 없기 때문에, 혹은 먹고살 걱정 없는 든든한 재정적 뒷받침이 없기 때문에, 혹은 모든 것 보다도 신념과 사명을 감당해야겠다는 무모한 도전 혹은 용기가 없기 때문에 당장의 커리어패스와 수입을 포기하고 도전하기 쉽지 않다. 나이가 먹을수록 이렇게 먹고사는 문제에 맞닥뜨리면서 어느 한 곳에 올인을 할 수 없어지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다 포기하고 그러한 것들에 올인하는 사람들이 어떤 면에서는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부럽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무책임해 보이기도 한다.

 

처음 공부할 때 아이돌처럼 우러러봤던 Geoffrey Hinton 교수님이 얼마 전 구글을 떠나면서 AI기술의 위험성에 대해서 경고했다. 구글에 속해있으면 구글의 이익에 반하는 언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떠난다고 했다. 이 분은 80-00년대의 인공지능 암흑기를 지나오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연구분야를 다져오면서 딥러닝의 학문적 기초를 닦았고, 엄청난 후학들을 양성하셨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정말 가고 싶었던 그 길을 가고 계신다. 그야말로 내 커리어패스의 롤모델이 아닐까 싶다.

https://www.bbc.com/news/world-us-canada-65452940

AI 'godfather' Geoffrey Hinton warns of dangers as he quits Google

 

중꺾마라고, 기도하면서 계속해서 동향을 살피고 언어를 익혀놔야 하겠다. 언젠가 국내에도 아니면 UN 아니면 G.H 교수님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제도와 규제는 1-2년 내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적어도 밑그림이 나오려면 2년 그리고 그것을 보완하고 효력있는 체계가 잡히고 실제 적용이 되기 까지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본다. 그 사이에 나는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 경제적 독립, AI엔지니어로서의 단단한 커리어 패스, 세계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언어실력을 갖춰 놓으면 기회는 분명히 올 것이라 믿는다.